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WAIC)의 중국 상하이 세계엑스포전시관 H4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 공간이 들어섰다. 샤오홍슈(小红书·RedNote)는 사진과 짧은 영상, 이용자 후기를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곳에 마련된 샤오홍슈 전시 부스 H4-FT B401의 붉은 벽과 대형 화면에는 RED Skill과 Vibe Coding으로 만든 작품이 계속 재생됐다. 관람객은 게시물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면의 작품을 찾아 직접 실행해볼 수 있었다.

샤오홍슈는 7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같은 전시관 H4 이노베이션 스테이지에서 ‘샤오홍슈·빌더에 주목하라(小红书·让Builders被看见)’ 행사를 열었다. WAIC 공식 일정은 이를 동시 개최 행사로 분류했으며, 19일 전시 입장 권한이 있는 관람객이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 중앙 화면에는 행사 제목인 ‘让Builders被看见’이 크게 걸렸다. 양옆 화면은 ‘샤오홍슈에서 Vibe Coding을 바로 체험하세요(在小红书直接玩 vibecoding)’라는 문구와 실제 게시물 화면, QR 코드를 보여줬다. 개발자 발표를 듣는 포럼 무대와 관람객이 작품을 곧바로 실행하는 데모 공간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됐다.
6월 8일 제한 공개, 7월 초 전면 공개
RED Skill은 WAIC에서 처음 공개된 기능이 아니다. 샤오홍슈는 6월 8일 일부 크리에이터에게만 제공한 RED Skill을 7월 초 전면 공개했으며, WAIC에서 이를 새로운 제품 역량으로 대외 발표·전시했다. 6월에는 일부 크리에이터만 노트 아래에 RED Skill 컴포넌트를 붙일 수 있었지만, 7월 초부터 전체 크리에이터가 스킬을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는 게시물 아래 컴포넌트에서 명령을 복사해 자신이 사용하는 여러 AI 에이전트에 설치할 수 있다. 샤오홍슈는 ‘RED Skill 대상(RED Skill大赏)’ 지원 프로그램과 스킬 추천 목록도 함께 운영했다. WAIC에서는 Vibe Coding 미니 도구의 시험 운영을 공개하고, 개발자용 플랫폼 Builder Hub를 개편했다. WAIC는 RED Skill의 최초 공개 무대라기보다, 전면 공개된 기능과 개발자 생태계를 대규모 관람객에게 선보인 자리였다.
개발자는 Builder Hub에 AI 스킬이나 Vibe Coding 작품을 올린 뒤 샤오홍슈 게시물인 ‘노트(笔记)’에 연결할 수 있다. 사용자는 연결된 도구를 내려받거나 직접 체험하고 반응을 남길 수 있다.
QR 코드로 가득 찬 ‘스킬 작품 벽’
전시장 한쪽에는 수십 개의 정육면체 패널을 격자 형태로 쌓은 작품 벽이 설치됐다. 각 면에는 개발자 프로필과 스킬 설명, QR 코드가 붙었다. 붉은 패널에는 ‘샤오홍슈에서 스킬을 바로 공유하세요’, ‘Vibe Coding을 바로 체험하세요’, ‘프롬프트를 바로 공유하세요’라는 문구가 반복됐다.

이 전시는 샤오홍슈가 말하는 ‘콘텐츠가 곧 배포(内容即分发)’를 물리적으로 구현했다. 작품 벽의 QR 코드는 전시물마다 게시물과 도구를 연결해 관람객이 현장에서 바로 체험하도록 했다.
4월, 200명이 48시간 동안 만든 59개 제품
WAIC에서 선보인 Builder 생태계의 출발점 중 하나는 지난 4월 열린 샤오홍슈의 첫 ‘해커톤 챔피언십(黑客松巅峰赛·RED HACKATHON)’이었다. 샤오홍슈는 4월 7일부터 10일까지 상하이 푸둥의 장장(张江) 인공지능 혁신타운에 있는 과학회당에서 오프라인 결선을 진행했다. 약 200명의 결선 진출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뉘어 48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실제 작동하는 제품으로 구현했다.

48시간 동안 완성된 결과물은 59개였다. 이 가운데 10개 팀이 최종 무대에서 제품을 시연하고 심사를 받았다. 중국의 22세 해커톤 참가자 예보원(叶博文)과 팀원들이 만든 카드형(줄 없는) 기타 Pocket Guitar는 대상과 상금 20만 위안(약 4,400만 원)을 받았다. 뇌파로 조종하는 휠체어는 하드웨어 부문 1위, AI 헤어스타일 디자인 제품 Chic Chic은 소프트웨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장전야오 팀의 목욕·드라이·양치를 돕는 로봇팔은 하드웨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참가자의 60% 이상은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였고, 최연소 참가자는 12세였다. 평균 연령 13.5세인 중국 중학생 네 명으로 구성된 Page One 팀은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샤오홍슈 게시물의 흥행 가능성을 분석하는 AI 에이전트 NoteRx(薯医)를 완성했다. 이 팀은 ‘AI 네이티브’ 특별상을 받았다.

행사장은 완성된 제품만 평가하는 경연장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개발 과정을 샤오홍슈에 공개하고 반응을 확인했으며, 마지막 무대에서는 제품을 직접 시연하고 제작 의도와 사용 장면을 설명했다. 커뮤니티에서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잠재 사용자의 반응을 받아 제품을 고치는 ‘공개적으로 만들기(Build in Public)’가 대회의 진행 방식 안에 들어왔다.

4월 해커톤에서 끝난 제품들은 석 달 뒤 WAIC로 이동했다. 샤오홍슈는 해커톤에서 성장한 여섯 팀에 WAIC 독립 전시 부스를 제공했다. 4월 하드웨어 부문 1위작인 왕닝의 뇌파 제어 휠체어와 3위작인 장전야오 팀의 로봇팔도 H4 전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해커톤이 단발성 경진대회를 넘어 개발자를 발굴하고, 커뮤니티에서 제품을 검증한 뒤 대형 기술 전시회로 연결하는 통로가 된 셈이다.
16만 개발자가 ‘공개적으로 만들기’
샤오홍슈가 중국 매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플랫폼에서 활동한 AI 개발자는 16만 명을 넘었다. 스킬 관련 주제의 누적 노출은 6억 회 이상이다. 2026년 2월 이후에는 매월 4만~5만 개의 Vibe Coding 작품이 게시됐고 관련 토론은 160만 건을 넘어섰다.
자신이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는 Build in Public 관련 게시물도 누적 110만 건 이상이라고 샤오홍슈는 밝혔다. 이 수치는 회사가 제공한 플랫폼 내부 통계로 독립적인 검증을 거치지는 않았다.
WAIC 현장에서는 샤오홍슈 해커톤을 거친 중국 청년 개발자 여섯 팀이 독립 부스를 운영했다. 전시 범위는 스마트 하드웨어와 로봇,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AI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까지 이어졌다.
4월 해커톤 하드웨어 부문 1위를 받은 중국 개발자 왕닝(王宁)은 뇌파로 조종하는 휠체어를 선보였다. 신체 마비를 경험했던 그는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이동을 보조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중국의 2000년대생 개발자 장전야오(张振尧)는 7축 로봇팔과 비전 대형모델을 결합한 ‘추이러머 로봇팔(吹了么机械臂)’을 전시했다. 로봇팔이 머리를 말리거나 면도와 양치 같은 일상 행동을 돕는 제품이다.

19일 포럼에는 샤오홍슈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온 AI 창작자 8명이 무대에 올랐다. 카드형(줄 없는) 기타 Pocket Guitar를 48시간 만에 만든 예보원을 비롯해 로봇에 애니메이션풍 외형을 결합한 2000년대생 개발자, 접근성과 정서적 동반 문제를 다루는 AI·스킬 개발자들이 제품 개발과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공식 전시장 밖에서도 이어진 Builder 담론
샤오홍슈의 Builder 전략은 공식 전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Research AI+ 운영자 신란 장(Xinran.Z)은 7월 18일 X를 통해 샤오홍슈가 WAIC 기간 열린 제2회 ‘AI 연구자·엔지니어 여름 파티’의 파트너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식 포럼과는 별개의 야간 사이드 이벤트로, 16명의 연구자와 엔지니어, 오픈소스 개발자와 창업자가 AI for Science, LLM과 에이전트, 임바디드 AI를 주제로 사흘 동안 발표했다. 신란 장은 이 행사를 “또 하나의 공식 포럼이나 대규모 네트워킹 행사가 아니라 중국의 흥미로운 AI Builder들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샤오홍슈는 ‘Builder’를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만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 프롬프트와 스킬을 만들거나 AI를 이용해 하드웨어·콘텐츠·소규모 제품을 개발하는 개인까지 하나의 창작자 생태계로 묶는다.
콘텐츠 플랫폼은 AI 시대의 앱스토어가 될 수 있을까
샤오홍슈가 이렇게 AI를 활용한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Vibe Coding과 에이전트 도구 덕분에 제품을 만드는 비용은 낮아졌지만, 수많은 소규모 도구 가운데 사용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신뢰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샤오홍슈는 이 ‘발견’ 문제를 콘텐츠 플랫폼의 추천 피드와 검색으로 풀려 한다.
개발자는 제작 과정과 사용법을 콘텐츠로 보여주고, 사용자는 관심사에 맞춰 추천된 제품을 게시물에서 바로 체험한다. 창작자 계정에 쌓이는 이력과 댓글·후기는 제품을 판단할 단서가 되고, 실제 사용 반응은 다시 개발자에게 돌아간다. 게시물이 제품 소개, 배포 페이지, 피드백 창구를 함께 맡는 구조다.
다만 콘텐츠 플랫폼이 실질적인 AI 스킬 유통 채널이 되려면 권한과 데이터 접근 범위, 악성 스킬 심사, 버전 관리와 호환성, 유료화와 개발자 수익 배분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WAIC H4에 설치된 샤오홍슈 부스와 스킬 작품 벽은 그 출발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보여줬다. AI 도구를 만드는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게시물’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것이다.